예전부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디지털 노마드 생활은 프리랜서로 일할 때나 가능할 줄 알았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재택근무와 유연출근제가 매우 잘 자리 잡혀있었고 아무리 요즘 개발자들의 업무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모든 회사의 근무 환경이 현재와 같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떠나본 태국에서의 경험을 끄적여 본다.
업무 환경
치앙마이가 디지털노마드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준수한 인터넷 환경, 값싼 물가, 온화한 날씨(?) 정도가 좋았던 것 같다.
업무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나 카페는 대부분 무선 인터넷이 잘되어 있었다.
다른 카페들은 그래도 대부분 가격이 싼 편이었는데 처음에 자주 갔었 던 스타벅스는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 인터넷이 느려지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현지에서 데이터 무제한 유심을 개통해서 테더링해 사용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태국의 준수한 인터넷 환경에는 값싼 데이터 요금 역시 포함된다.
한 달 기준 300밧(대략 12000원) 정도면 무제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업무 장소는 그날 일어나서 기분에 따라 움직였는데 가끔 정말 나가기 싫은 날은 그냥 숙소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고 숙소 내에 있는 카페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이 빠르고 크게 이야기해도 주변사람들에게 피해줄 일이 없어서 화상 미팅이 많은 날은 숙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 중에 스타벅스 말고도 캠프라는 카페도 자주 갔었는데 나처럼 일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현지 대학생들도 많았다.
가장 자주 갔었던 곳은 코워킹 스페이스 Yellow라는 곳이었는데 한국 공유 오피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2층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회사들도 있었고 1층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개발자, 디자이너등이 있었고 카페처럼 공부를 위해 찾는 사람은 없었다.
원데이 패스도 있었지만 한 달 이상 결제하면 가격도 싸고 지문인식으로 출입이 가능해서 더 늦은 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비정기적으로 저녁시간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식사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는 야외 좌석에서 점심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배달비도 500원 수준이고 음식 가격 역시 현지 음식들로 먹으면 2000원 정도면 해결되었다.
야외 자리에 앉아서 일하고 있을 때는 가끔 고양이에게 간택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평소 일하던 환경보다 모니터가 작은 것 외에는 불편한 부분은 없다.
퇴근 후
치앙마이는 또 마사지로 유명한데 앉아있는 시간이 긴 직업이다 보니 허리가 뻐근해서 퇴근하고 코워킹 스페이스 주변에서 마사지를 받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현지 시간으로 일찍 출근하긴 했지만 퇴근 후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던 게 가장 좋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퇴근 시간이 되어도 성격상 퇴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퇴근후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태국에서는 최대한 칼퇴근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치앙마이를 처음 와본 것은 아니고 5년 전쯤에 가족여행으로 오긴 했지만 워케이션으로 온 치앙마이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치앙마이는 관광지로서는 일주일 정도면 충분한 곳이었지만 일하기는 최고였던 것 같다.
만약 일하지 않고 한 달 반을 있었다면 좀 심심했을 것 같다.
내년 겨울은 또 치앙마이에서 보내고 싶다.